적립식이 안전하다는 말, 코스피 210개 구간으로 검증해봤습니다

“목돈을 나눠 넣는 게 안전하다”는 말을 코스피 210개 구간으로 검증해봤습니다. 절반만 맞았습니다 — 그리고 틀린 절반이 더 중요합니다.

목돈이 생겼을 때 한 번에 넣을지, 몇 달에 나눠 넣을지 고민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보통 나눠 넣으라고들 하죠. 고점에 몰아넣는 위험을 줄인다는 이유로요.

실제로 그런지 계산해봤습니다. 코스피 종가 2016년 1월부터 2026년 9월까지를 3년·5년·7년 단위로 잘라 210개 구간을 만들고, 두 방식을 전부 돌렸습니다.

210개
비교한 구간 수
129개월
쓴 데이터 (10년 8개월)
2가지
거치식 · 적립식

먼저 용어를 정리하면, 거치식은 목돈을 첫날 한 번에 넣는 방식이고 적립식은 같은 총액을 매달 똑같이 쪼개 넣는 방식입니다. 두 방식에 넣는 총 금액은 같습니다. 시점만 다릅니다.

그리고 롤링 구간이란 시작 시점을 한 달씩 밀어가며 같은 계산을 반복하는 방법입니다. 2016년 1월 시작, 2016년 2월 시작, 3월 시작… 이렇게요. 특정 시점 하나만 보면 운에 좌우되니까, 가능한 모든 시작점을 다 넣고 보는 겁니다.

수익률은 거치식이 이깁니다

보유 기간 구간 수 거치식이 이긴 구간 최종 금액 차이(평균)
3년 94개 59개 (63%) +5.5%
5년 70개 50개 (71%) +8.7%
7년 46개 39개 (85%) +12.8%

세 기간 모두 거치식이 앞섰고, 오래 들고 있을수록 격차가 벌어집니다. 7년이면 85%의 구간에서 거치식이 이겼고, 최종 금액도 평균 12.8% 더 많았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시장이 장기적으로 오른다면, 돈이 시장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길수록 유리합니다.

12개월에 나눠 넣는다고 해볼게요. 첫 회차 돈은 12개월 내내 투자돼 있지만, 마지막 회차 돈은 한 달밖에 시장에 없습니다. 평균을 내면 전체 금액이 절반 정도의 기간만 투자된 셈이에요. 거치식은 첫날부터 전액이 들어가 있고요. 그 차이가 그대로 수익률 차이로 나옵니다.

그리고 나눠 넣는 동안 시장이 오르면 뒤 회차일수록 더 비싸게 사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평균 단가를 낮춘다’는 효과는 가격이 내릴 때 생기는 건데, 지난 10년 코스피는 오른 구간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평균적으로는 반대로 작동했습니다.

⚠️ 주의 ‘나눠 넣으면 평균 단가가 낮아진다’는 말은 가격이 내릴 때만 맞습니다. 오르는 구간에서는 나눠 넣을수록 평균 단가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지난 10년 코스피는 오른 구간이 더 많았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럼 무조건 한 번에 넣어야겠네”가 됩니다. 그런데 거치식이 진 구간이 5년 기준으로 20개 있었습니다. 그게 언제였는지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거치식은 언제 지는가

진 구간이 두 덩어리에 몰려 있습니다

거치식이 적립식에 진 20개 구간을 시작월 순서로 늘어놓으면 이렇습니다.

시작 시기 구간 수 당시 코스피
2017년 8월 ~ 2018년 6월 10개 2,400~2,570
2021년 1월 ~ 2021년 10월 10개 2,940~3,280
그 외 모든 시기 0개 —

두 시기가 전부입니다. 나머지 50개 구간에서는 예외 없이 거치식이 이겼습니다.

이 두 시기가 뭐였는지는 아실 겁니다. 2018년 1월은 당시 코스피 사상 최고치를 찍고 꺾인 자리고, 2021년 상반기는 3,300 부근까지 올랐다가 긴 하락으로 들어간 자리입니다. 둘 다 고점입니다.

거치식이 얼마나 졌는지도 시기별로 다릅니다. 2017~2018년 구간은 차이가 −0.6%에서 −7.0% 사이로 크지 않았습니다. 반면 2021년 구간은 −13.9%까지 벌어졌어요. 2021년 7월에 시작한 5년 구간을 보면 거치식 2.68배, 적립식 3.11배입니다. 둘 다 돈은 벌었지만 격차가 컸습니다.

왜 2021년이 더 나빴을까요. 그 뒤에 온 하락이 더 깊고 길었기 때문입니다. 적립식은 그 하락 구간에서 계속 사들이고 있었으니 싼 가격에 산 물량이 쌓였고, 나중에 회복될 때 그 물량이 전부 수익으로 바뀌었습니다. 거치식은 이미 다 사둔 상태라 회복만 기다렸고요. 적립식이 이기는 구조가 바로 이겁니다 — 넣는 도중에 크게 빠져야 합니다.

숫자로도 확인했습니다. 각 구간의 시작 시점이 직전 12개월 최고치 대비 어디였는지를 계산해봤어요.

거치식이 진 20개 구간
1.9% (직전 12개월 고점 대비 하락폭)
거치식이 이긴 50개 구간
6.1% (직전 12개월 고점 대비 하락폭)

진 구간은 시작 시점이 직전 고점에서 평균 1.9% 아래였습니다. 사실상 고점 그 자리예요. 20개 중 10개는 시작한 달이 정확히 12개월 신고가였습니다. 반면 이긴 구간은 고점에서 평균 6.1% 내려온 자리에서 시작했습니다.

🔑 핵심 정리하면 거치식이 지는 조건은 하나입니다 — 고점에 넣었을 때. 그리고 그 고점이 고점이라는 건 지나고 나서만 알 수 있습니다.

여기가 이 계산의 한계이자 핵심입니다. “고점만 피하면 거치식이 유리하다”는 결론은 실행할 수 없습니다. 고점을 알아볼 수 있으면 이런 고민 자체가 필요 없으니까요. 2021년 7월에 목돈을 넣은 사람은 그때가 고점인 줄 몰랐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을 겁니다. 지수가 신고가를 계속 갱신하던 시기라 분위기가 가장 좋았고, 주변에서 시작한 사람도 그때 제일 많았을 거예요. 목돈을 넣기로 결심하게 만드는 조건과, 거치식이 지는 조건이 겹칩니다. 사람들은 시장이 무서울 때가 아니라 좋아 보일 때 큰돈을 넣으니까요.

그렇다고 “그럼 신고가일 때는 나눠 넣어라”는 규칙을 만들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12개월 신고가는 상승장에서 수시로 나옵니다. 신고가를 피해 다니면 오르는 구간 대부분을 못 들어가게 되고요. 20개 사례가 두 시기에 몰려 있다는 건 규칙이 아니라 그 두 번이 특별히 나빴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수익률이 전부가 아닙니다

같은 계산에서 하나를 더 뽑았습니다. 보유하는 동안 계좌가 최대 얼마나 마이너스로 내려갔는지입니다. 최종 결과가 아니라 중간에 겪는 고통의 크기예요.

보유 기간 거치식 (평균) 적립식 (평균) 차이
3년 −16.1% −10.1% 약 1.6배
5년 −20.8% −10.1% 약 2.1배
7년 −22.4% −8.3% 약 2.7배

가장 나빴던 경우로 보면 차이가 더 큽니다. 거치식은 −34.4%까지 내려간 구간이 있었고, 같은 시기 적립식은 −13.4%에서 −24.1% 사이였습니다.

1,000만 원을 한 번에 넣었는데 계좌가 656만 원이 된 상태로 몇 달을 보내는 것과, 같은 시기에 870만 원인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입니다. 최종 수익률이 거치식 쪽이 좋다는 걸 알아도, 그 중간을 통과해야 그 결과를 받습니다.

거치식이 좋은 점
  • 시장에 오래 머물러 장기적으로 유리
  • 7년 기준 85% 구간에서 앞섰음
  • 최종 금액 평균 +12.8%
거치식이 힘든 점
  • 보유 중 평가손실이 2~3배 큼
  • 최악의 경우 −34.4%까지 내려감
  • 고점에 넣으면 5년 뒤에도 뒤처짐

그래서 적립식은 무엇을 사는 건가

이 계산의 결론은 “적립식이 수익률에서 이긴다”가 아닙니다. 그건 데이터가 반대로 말합니다. 적립식이 사는 건 수익률이 아니라 중간에 안 팔 확률입니다.

여기에 하나를 붙여야 그림이 완성됩니다. 저는 앞선 글에서 코스피 2,614거래일을 계산해본 적이 있는데, 가장 많이 오른 10일을 놓치면 3.49배가 1.49배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 열흘은 대부분 폭락 직후에 붙어 있었어요.

즉 못 버티고 파는 순간 거치식의 우위는 사라집니다. 표에 나온 “거치식 +12.8%”는 7년을 끝까지 들고 있었을 때의 숫자입니다. −34%를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팔았다면 그 숫자는 받을 수 없습니다.

📊 숫자만 보면
거치식. 오래 들수록 격차가 커집니다 (7년 85% 승률)
😮‍💨 버티는 걸 보면
적립식. 평가손실이 절반 수준입니다
🎯 실제 기준
내가 −34%를 견딜 수 있는가. 못 견디면 거치식의 우위는 종이 위에만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 맞나”는 질문의 답은 데이터가 아니라 본인에게 있습니다. 다만 스스로에게 물어볼 질문은 데이터가 정해줍니다 — “수익률이 몇 %냐”가 아니라 “−34%를 몇 달 동안 보고 있을 수 있나”입니다.

이 질문에 답할 때 조심할 게 하나 있습니다. 지금 상상하는 −34%와 실제로 겪는 −34%는 다릅니다. 지금은 지수 이야기지만 그때는 내 돈이고, 뉴스는 더 나빠질 거라고 하고, 주변에서도 팔았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는데 못 견디는 경우가 흔한 이유예요.

그래서 판단이 애매하면 섞는 것도 방법입니다. 절반은 지금 넣고 나머지 절반을 몇 달에 나눠 넣는 식이죠. 수익률로는 두 방식의 중간쯤 되고, 평가손실도 중간쯤 됩니다. 최적은 아니지만 중간에 팔지 않을 확률을 올리는 선택이고, 위 계산이 말하는 건 결국 그게 제일 중요하다는 겁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면, 어느 쪽을 고르든 정하고 나면 바꾸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나눠 넣기로 해놓고 시장이 오르니까 남은 걸 한 번에 넣거나, 한 번에 넣기로 해놓고 무서워서 미루는 게 제일 나쁩니다. 그건 두 방식의 단점만 모으는 결과가 되거든요.

계산에 대해 밝혀둘 것

이 숫자들은 코스피 지수 종가로만 계산한 값입니다. 배당이 빠져 있고, 세금과 거래비용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는 ETF나 인덱스펀드로 사야 하는데 거기에는 운용보수와 추적 오차가 붙습니다.

그리고 기간이 10년 8개월뿐입니다. 3년 94개, 5년 70개, 7년 46개 구간이라고 하면 많아 보이지만, 서로 겹치는 구간이라 실질적으로 독립적인 표본은 훨씬 적습니다. 특히 7년 46개 구간은 사실상 같은 시장 국면을 여러 번 센 것에 가깝습니다.

또 이 기간에는 2020년 급락과 2026년의 큰 변동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변동성이 유난히 컸던 시기가 표본에 크게 반영된 계산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셔야 합니다. 다른 10년을 잘랐다면 승률이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계산은 코스피 하나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미국 지수나 개별 종목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특히 개별 종목은 회복을 못 하고 그대로 내려앉는 경우가 있어서, “빠질 때 계속 사면 나중에 회복된다”는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수익률만 보면 거치식이 유리합니다 — 기간이 길수록 더요
  • ✓거치식이 진 건 고점에 넣은 경우뿐이고, 고점은 지나고서만 알 수 있습니다
  • ✓적립식이 사는 건 수익률이 아니라 버틸 수 있는 계좌 상태입니다
  • ✓결정 기준은 ‘−34%를 견딜 수 있는가’ — 못 견디면 거치식의 우위는 못 받습니다
  • ✓애매하면 섞어도 됩니다 — 절반은 지금, 절반은 몇 달에 나눠 넣는 식으로요
⏱ 3줄 요약
  • 코스피 210개 구간으로 직접 계산했습니다
  • 수익률은 거치식 승 — 7년 기준 46개 중 39개(85%) 구간에서 앞섰습니다
  • 거치식이 진 20개 구간은 전부 2017년 말~2018년 초, 2021년 — 즉 고점
  • 대신 적립식은 보유 중 평가손실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7년 −22.4% vs −8.3%)

코스피 지수와 시장 통계는 한국거래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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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수치는 코스피 일별 종가로 직접 계산한 값이며, 과거 데이터는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특정 상품이나 매수 방식을 권유하는 글이 아니고, 지수 수익률에는 배당·세금·거래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에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고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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