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벌고 50% 잃으면 본전이 아니라 75%입니다. 다들 아는 이야기죠. 그런데 이게 실제 시장에서 얼마인지 재봤더니 연 14%p였습니다.
100만 원으로 시작해 첫 달에 +50%를 벌어 150만 원이 됐다고 해볼게요. 다음 달에 딱 −50%를 잃었습니다. 본전일까요?
75만 원입니다. 벌 때의 50%는 100만 원의 절반이지만, 잃을 때의 50%는 이미 커진 150만 원의 절반이거든요. 오르내림이 반복될수록 잔고가 조용히 깎이는 이 현상을 변동성 세금이라고 부릅니다.
여기까지는 흔히 나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실제 주식에서 이게 얼마나 되는지는 본 적이 없어서 직접 계산해봤습니다.
산술평균과 실제 수익률은 다릅니다
먼저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위의 예로 보면, +50%와 −50%의 산술평균은 0%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25%예요. 이 25%p의 차이가 변동성 세금입니다.
중요한 건 이게 손해를 봐야 생기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르고 내리기만 하면 생깁니다. 수수료도 세금도 아닌데 잔고에서 빠져나가요.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는 빠질 때와 오를 때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100만 원이 −20%면 80만 원이 되는데, 여기서 원래대로 가려면 +20%가 아니라 +25%가 필요합니다. 80만 원의 20%는 16만 원뿐이니까요. 빠질 때는 큰 금액에서 빠지고 회복할 때는 작은 금액에서 올라와야 합니다.
이 차이는 등락 폭이 클수록 급격히 벌어집니다. ±10%를 반복하면 한 번에 −1%지만, ±30%를 반복하면 −9%입니다. 폭이 3배인데 손실은 9배죠. 이 ‘제곱’ 관계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2,375종목으로 재봤습니다
국내 상장 종목 중 10년 이상 거래됐고 거래가 어느 정도 되는 2,375종목을 뽑았습니다. 2016년 5월부터 2026년 9월까지, 각 종목의 산술평균 수익률과 실제 수익률을 따로 계산했습니다.
부호가 바뀝니다. 매일의 등락을 단순히 평균 내면 연 11.8% 오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10년을 들고 있었다면 연 −2.59%입니다.
변동성이 클수록 세금이 커집니다
2,375종목을 변동성 순서로 줄 세워 열 개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완벽하게 한 방향입니다. 변동성이 올라갈수록 세금이 커지고, 실제 수익률은 내려갑니다.
가장 극적인 건 마지막 줄입니다. 10분위 종목들은 산술평균이 +34.33%입니다. 하루하루의 등락만 보면 가장 잘 오르는 종목들이에요. 그런데 실제로 10년 들고 있었으면 연 −9.38%입니다.
이게 ‘많이 움직이는 종목’의 함정입니다. 하루에 10%씩 오르내리는 종목은 잘 오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오르는 날의 폭도 큽니다. 그런데 그 등락이 곱해지면서 남는 게 없어져요.
대략 얼마인지 계산하는 법
변동성 세금에는 알려진 어림식이 있습니다. 연 변동성을 제곱해서 2로 나누면 대략의 세금이 나옵니다.
연 변동성 40%인 종목이라면 0.4 × 0.4 ÷ 2 = 8%입니다. 실제로 위 표의 3분위(변동성 40.1%)를 보면 세금이 7.37%p로 나왔습니다. 꽤 잘 맞죠.
다만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지면 이 어림식이 깨집니다. 10분위는 변동성 139.4%라 공식대로면 97%p가 나와야 하는데 실제는 43.71%p였습니다. 공식은 변동성이 크지 않을 때 쓰는 근사라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일반적인 종목 범위에서는 쓸 만한 감각을 줍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제곱이라는 점입니다. 변동성이 2배가 되면 세금은 4배가 됩니다. 변동성이 조금만 커져도 세금은 훨씬 빠르게 늘어납니다.
분산이 곧 세금 감면입니다
같은 계산을 지수에도 해봤습니다.
지수의 변동성은 25.2%인데 개별 종목 중앙값은 51.7%입니다. 두 배 넘게 차이 나죠. 그리고 세금은 1.73%p 대 12.07%p로 일곱 배 차이입니다.
왜 지수의 변동성이 낮냐면, 종목들이 서로 다른 날에 오르내리기 때문입니다. 오늘 반도체가 빠져도 은행이 오르면 지수는 덜 움직입니다. 개별 종목은 그 상쇄가 없어서 그대로 다 흔들리고요.
여기서 자주 오해가 생깁니다. 여러 종목을 나눠 담으면 수익률이 평균으로 깎인다고 생각하는 거요. 몇 개는 크게 오를 텐데 나눠 담으면 그 효과가 희석되니까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위 표가 보여주는 건 깎이는 건 수익률의 ‘평균’이지 ‘실제 결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개별 종목을 하나씩 사면 산술평균은 높지만 실제로는 세금을 12%p씩 냅니다. 나눠 담으면 산술평균은 비슷한데 세금이 1.73%p로 줄어요. 산술평균은 희석돼도 실제 결과는 오히려 나아지는 구간이 있는 겁니다.
물론 진짜 크게 오를 종목 하나를 정확히 골라 몰아 담을 수 있다면 그게 최선입니다. 그건 여전히 맞습니다. 다만 그걸 못 할 때, 나눠 담는 게 ‘안전하지만 손해’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이득’일 수 있다는 게 이 숫자의 의미입니다.
레버리지 ETF가 중간에 있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지수의 2배를 따라가니 변동성도 딱 2배(25.2% → 50.0%)가 되는데, 세금은 1.73%p에서 9.56%p로 다섯 배 넘게 뜁니다. 변동성이 2배가 될 때 세금은 그보다 훨씬 크게 늘어난다는 걸 실제 상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례예요.
그래서 레버리지 상품을 볼 때 “수익도 2배, 손실도 2배”라는 설명은 반쪽입니다. 하루로는 맞지만 기간이 쌓이면 감쇠가 비대칭으로 붙습니다. 지난 10년에는 시장이 크게 올라 그게 가려졌을 뿐이에요.
실전에서 이게 뜻하는 것
이 계산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평균 수익률’이라는 말을 보면 어느 평균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산술평균은 실제보다 항상 높게 나옵니다. 위 표에서 보듯 14%p씩 차이 날 수도 있어요. 특히 변동성이 큰 상품일수록 산술평균으로 보여주는 게 유리하니, 그렇게 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많이 움직이는 것’에는 눈에 안 보이는 비용이 붙습니다. 수수료는 계산에 넣으면서 이건 잘 안 넣죠. 그런데 크기로 보면 수수료보다 훨씬 큽니다. 왕복 수수료가 0.2%인데 변동성 세금은 연 12%p니까요.
그렇다고 변동성이 큰 종목은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세금을 내고도 남을 만큼 오르면 되니까요. 실제로 위 표의 1분위는 실제 수익률이 +4.59%로 유일하게 확실한 플러스였는데, 그건 안전해서가 아니라 세금이 작아서입니다. 같은 논리로, 크게 오를 종목을 실제로 고를 수 있다면 변동성은 감수할 값이 됩니다.
문제는 고를 수 있다고 믿는 근거가 대개 산술평균이라는 데 있습니다. “이 종목 평균 상승률이 얼마다”를 보고 골랐다면, 그 숫자에는 이미 14%p의 낙관이 들어 있습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기간 수익률을 직접 보면 됩니다. “평균 몇 %”가 아니라 “3년 전에 100만 원 넣었으면 지금 얼마”를 물어보세요. 후자에는 변동성 세금이 이미 반영돼 있습니다. 두 숫자가 크게 벌어진다면 그만큼 변동성이 컸다는 뜻이고요.
펀드나 ETF 자료를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연평균 수익률과 누적 수익률이 같이 나와 있으면 둘을 비교해보면 됩니다. 연평균이 10%인데 3년 누적이 33%보다 한참 낮다면, 그 차이가 여기서 설명한 몫입니다.
이 계산의 한계
몇 가지 밝혀둘 게 있습니다. 먼저 개별 종목 평균(−2.59%)과 지수 수익률(+17.84%)을 직접 비교하면 안 됩니다. 개별 종목은 모든 종목을 같은 금액씩 산 경우이고, 지수는 시가총액이 큰 종목에 더 많이 배분됩니다. 지수가 나은 이유에는 감쇠 차이뿐 아니라 구성과 가중치 차이도 섞여 있습니다.
그리고 상장폐지된 종목이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10년을 살아남은 종목만 셌다면 실제 개별 종목 성적은 위 표보다 나쁩니다.
배당도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가격 변화만 본 값이라 배당을 넣으면 실제 수익률은 조금 올라갑니다. 다만 변동성 세금의 크기 자체는 배당과 무관합니다. 산술평균과 실제 수익률의 간격은 등락의 크기가 정하는 것이라, 배당을 넣어도 그 간격은 그대로예요.
마지막으로, 이 글은 “변동성이 크면 손해”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변동성은 위로도 아래로도 크게 움직인다는 뜻이고, 그 자체로 나쁜 게 아닙니다. 다만 그 움직임을 단순 평균으로 요약하면 실제보다 좋게 보인다는 것, 그리고 그 왜곡의 크기가 변동성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 — 여기까지가 데이터가 말하는 범위입니다.
- ✓산술평균과 실제 수익률의 차이가 전 종목 평균 14.39%p였습니다
- ✓변동성이 2배면 세금은 약 4배 — 제곱으로 늘어납니다
- ✓어림 계산: 연 변동성 × 변동성 ÷ 2 (변동성이 아주 크면 안 맞습니다)
- ✓지수는 세금이 1.73%p, 개별 종목 중앙값은 12.07%p였습니다
- ✓‘평균 수익률’을 볼 때는 어느 평균인지 확인하세요
- 2,375종목 10년을 계산했습니다 — 산술평균 +11.80%, 실제 −2.59%
- 변동성 10분위로 나누니 변동성이 클수록 세금이 커지는 게 완벽하게 단조로웠습니다
- 가장 요동친 그룹은 산술평균 +34.33%인데 실제로는 연 −9.38%였습니다
- 지수는 세금이 1.73%p — 분산은 심리적 조언이 아니라 연 10%p짜리 절약입니다
지수와 개별 종목 시세는 한국거래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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