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투자로 잘 벌다가 실전에서 깨지는 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두 계좌가 다른 규칙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모의투자로 수익이 꽤 나서 “이제 됐다” 싶어 실전 계좌로 옮겼는데 얼마 못 가 잔고가 깨진 적,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보통 이때 “실전은 심리가 다르니까”로 정리하고 넘어갑니다. 그 말도 맞는데,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제가 모의계좌로 자동매매 봇을 1년 가까이 돌리면서 확인한 차이는 네 가지였고, 그중 셋은 심리와 무관한 구조 문제였습니다.
차이 1 — 비용이 아예 다르게 잡힙니다
가장 먼저 걸린 게 이겁니다. 모의계좌마다 비용 설정이 제각각이에요. 제가 쓰던 모의계좌는 기본 수수료율이 0.35%로 잡혀 있었는데, 실전에서 비대면 계좌에 적용되는 우대 수수료는 그보다 훨씬 낮습니다.
이건 방향이 두 가지로 다 나쁩니다. 모의가 더 비싸게 잡혀 있으면 실제로 될 전략이 모의에서 안 되는 것처럼 보이고, 반대로 세금이나 체결 차이가 빠져 있으면 안 될 전략이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 경우엔 후자가 더 컸습니다. 백테스트를 돌렸을 때 거래당 +0.45%가 나왔는데, 슬리피지를 0으로 두고 매도 수수료를 빠뜨린 결과였습니다. 두 가지를 바로잡자 −0.09%가 됐어요.
부호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모의계좌에서 돌려본 7건의 평균은 −0.76%로, 표본은 적지만 방향이 같았습니다. 실전에서만 유독 나빴던 게 아니라 애초에 이길 힘이 없던 전략이었던 거죠.
차이 2 — 모의는 무조건 체결됩니다
이게 두 번째이고, 저는 이걸 반대 방향에서 배웠습니다.
제 봇이 산 종목이 상한가에 락이 걸린 적이 있습니다. 상한가에서는 팔겠다는 사람이 사라져서 매도 호가창이 비어요. 봇은 여섯 시간 동안 열두 번 매도를 시도했는데 한 번도 체결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며칠 뒤 직접 팔았습니다.
백테스트나 모의 환경은 대개 이런 걸 모릅니다. “종가에 판다”고 적으면 팔린 걸로 계산해요. 그런데 실제로는 주문이 접수만 되고 하루 종일 대기합니다.
전체 700만 일-종목 중 비율로 보면 작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 종목들이 전략이 노리는 종목인 경우가 많습니다. 급등주를 따라가는 전략이라면 상한가 종목이 후보에 계속 올라오고, 백테스트는 그걸 다 샀다고 계산하거든요. 실제로는 한 주도 못 삽니다.
실제로 제가 다른 검증에서 확인한 게 있습니다. 그날 상승률 상위 30종목을 종가에 사는 방식을 10년치로 돌려보니 평균 +1.098%가 나왔는데, 그중 15.9%가 상한가 종목이었습니다. 그 종목들을 빼고 다시 계산하니 +0.106%로 떨어졌어요. 수익의 90%가 살 수 없는 종목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체결 문제는 상한가만이 아닙니다. 모의는 보통 주문을 내면 그 가격에 즉시 다 채워진다고 가정하는데, 실전에서는 절반만 체결되고 나머지가 남는 일이 흔합니다. 그럼 계획했던 수량이 아니라 어중간한 수량을 들고 다음 판단을 해야 하죠. 이런 상황 자체가 모의에는 없습니다.
차이 3 — 내 주문이 가격을 움직입니다
세 번째는 유동성입니다. 모의는 내가 얼마를 사든 시세에 영향이 없다고 가정하는데, 실전은 다릅니다.
최근 1년 국내 3,853종목의 하루 거래대금을 재봤습니다.
중앙값이 4억입니다. 생각보다 작습니다. 여기에 주문 금액을 대보면 이렇게 됩니다.
1,000만 원짜리 주문이면 63.3%의 종목에서 그날 거래대금의 1%를 넘습니다. 33.1%에서는 5%를 넘고요. 하루 거래되는 물량의 5%를 한 사람이 사려고 하면 가격이 밀립니다.
그래서 소액으로 모의를 돌려 잘 되던 전략이 금액을 키우면 안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전략이 나빠진 게 아니라 내 주문이 커진 것이죠. 특히 소형주나 테마주를 다루는 전략일수록 이 한계가 빨리 옵니다.
이건 개인 투자자에게 있는 몇 안 되는 유리한 점이기도 합니다. 자금이 작으면 시장에 영향을 덜 주니까요. 큰 자금은 아예 못 들어가는 작은 종목에 개인은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점이 금액이 커지는 순간 사라진다는 것이고, 대개는 전략이 잘 돼서 금액을 키운 직후에 사라집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사려는 금액을 그 종목의 최근 하루 거래대금으로 나눠보면 됩니다. 1%를 넘으면 체결가가 화면의 가격과 달라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고, 5%를 넘으면 한 번에 사는 것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차이 4 — 모의는 나를 시험하지 않습니다
위의 셋은 계산에 넣으면 해결됩니다. 비용을 제대로 잡고, 체결 가능성을 따지고, 주문 크기를 제한하면 되니까요. 네 번째는 그렇게 안 됩니다.
제 봇이 하루에 네 종목을 동시에 손절해서 −72만 원이 난 날이 있습니다. 일일 손실 한도에 걸려 봇이 자동으로 멈췄어요. 그때 한도를 풀고 싶지 않았냐는 질문에 제 답은 이랬습니다.
“시뮬레이션이고 모의 거래 중이어서 딱히 그러고 싶진 않았다.”
참은 게 아닙니다. 참을 일이 없었던 것에 가깝습니다. 진짜 돈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날 확인된 건 “손실 한도 장치가 작동한다”까지입니다. “내가 그 상황에서 버튼을 안 누르는 사람인가”는 확인되지 않았어요. 그건 진짜 돈이 걸려야 검증되는 항목이고, 저는 아직 그 시험을 안 봤습니다.
모의에서 손실이 나면 화면에 숫자만 바뀝니다. 통장에서 나간 게 없으니 몸이 반응하지 않아요. 그런데 실제 계좌에서 같은 숫자를 보면 사람은 다르게 행동한다는 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손실을 확정하기 싫어 손절을 미루거나, 빨리 만회하려고 평소보다 크게 베팅하거나요.
반대 방향도 있습니다. 모의에서는 과감해지기 쉽습니다. 잃을 게 없으니 평소라면 안 할 크기로 베팅하고, 그게 맞으면 성적이 좋게 나옵니다. 그 성적을 보고 실전으로 넘어가면 같은 크기로 못 하죠. 그러면 모의에서 검증한 전략과 실제로 하는 매매가 다른 것이 됩니다.
그래서 모의를 돌릴 때 최소한 금액만이라도 실제로 넣을 금액과 똑같이 맞추는 게 좋습니다. 시드 1,000만 원으로 갈 거면 모의도 1,000만 원으로요. 심리까지는 못 맞춰도 포지션 크기와 종목 수는 맞출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 때문에 모의계좌 시드를 실제 계획 금액과 같게 잡았습니다.
그럼 모의투자는 쓸모없나
아닙니다. 다만 무엇을 확인할 수 있는 도구인지가 분명합니다.
첫 번째 칸은 실제로 큰 값어치가 있었습니다. 저는 모의로 돌리는 동안 봇이 조용히 매도를 건너뛰는 버그, 진입가를 잘못 잡는 버그, 감시 프로그램이 거짓 보고를 하던 문제를 전부 잡았습니다. 실제 돈이었다면 각각 손실로 배웠을 것들이에요. 그 값이 0원이었습니다.
결국 100건을 채웠고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그 시스템은 폐기했습니다. 아쉬운 결과지만, 실제 돈으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면 수업료가 붙었을 겁니다.
실용적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모의는 “이게 되는가”를 확인하는 도구이지 “내가 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그래서 모의에서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바로 큰돈을 넣는 대신, 잃어도 되는 소액으로 한 단계를 더 거치는 것이 맞습니다. 그 단계에서만 확인되는 게 있으니까요.
- ✓모의계좌의 비용 설정을 먼저 확인한다 — 수수료율이 실전과 다르게 잡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체결이 됐을 리 없는 거래가 있는지 본다 — 상한가·하한가 종목이 결과에 섞여 있지 않은지
- ✓주문 금액을 그날 거래대금과 비교한다 — 1%를 넘으면 실전 체결가는 달라집니다
- ✓모의 성적이 좋아도 소액 실전을 한 단계 거친다 — 심리는 거기서만 검증됩니다
- ✓‘모의에서 됐다’와 ‘내가 할 수 있다’를 구분해서 적는다
밝혀둘 것
모의계좌 수수료율은 증권사와 상품마다 다릅니다. 위의 0.35%는 제가 쓰던 계좌에서 확인한 값이지 모든 모의계좌가 그렇다는 뜻이 아닙니다. 본인 계좌의 설정을 직접 확인하시는 게 맞습니다.
거래대금 통계는 최근 1년 기준이고, 주문이 가격을 얼마나 밀어올리는지는 종목·시간대·호가 상태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거래대금의 1%”는 위험 신호를 보는 기준선일 뿐 정확한 임계값이 아닙니다.
그리고 제 백테스트 기록(+0.45% → −0.09%)은 한 전략의 1년치이고, 모의 라이브는 7건입니다. 일반화할 표본이 아닙니다.
- 모의와 실전의 차이는 심리만이 아닙니다 — 비용·체결·유동성이 먼저입니다
- 비용을 제대로 넣자 제 백테스트가 +0.45%에서 −0.09%로 뒤집혔습니다
- 1,000만 원 주문이면 63.3%의 종목에서 그날 거래대금의 1%를 넘습니다
- 모의는 ‘이게 되는가’를 확인하는 도구이지 ‘내가 할 수 있는가’는 확인해주지 않습니다
모의투자 계좌 신청과 수수료 조건은 각 증권사에서, 투자 관련 소비자 정보는 금융감독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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