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는 정말 녹을까 — 국내 상장 10년치를 직접 계산했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오래 들면 녹는다.” 국내 상장 상품 10년치를 직접 계산해보니 반만 맞았습니다. 그리고 진짜 위험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지수 움직임의 2배를 따라가게 만든 상품입니다. 코스피200이 1% 오르면 2% 오르고, 1% 내리면 2% 내리죠. 인버스는 반대 방향이고, 인버스2X는 반대로 2배입니다.

이런 상품에 늘 따라붙는 경고가 있습니다. “장기 보유하면 녹는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얼마나 녹는지는 본 적이 없어서 직접 계산해봤습니다. 결과가 예상과 달랐습니다.

먼저, 상품은 설계대로 작동합니다

계산에 쓴 건 국내에 상장된 네 종목입니다. 2016년 9월부터 2026년 9월까지 2,442거래일, 종가 기준입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정말 2배로 움직이는가였습니다. 기초지수가 0.5% 넘게 움직인 1,460일을 뽑아 배수를 재봤습니다.

1.997배
레버리지의 일간 배수 (중앙값)
1,460일
확인한 날 수
2.000배
설계 목표

거의 정확히 2배입니다. 이 상품은 고장 난 게 아닙니다. 약속한 대로 하루하루 2배를 따라갑니다. 문제는 그 하루가 쌓였을 때 생깁니다.

왜 녹는다고 하나

숫자 두 개면 설명이 됩니다. 지수가 +10% 뒤 −10%로 움직였다고 해볼게요.

지수 (1배) 레버리지 (2배)
시작 100 100
첫날 110 (+10%) 120 (+20%)
둘째 날 99 (−10%) 96 (−20%)
결과 −1.0% −4.0%

지수는 −1%인데 레버리지는 −4%입니다. 2배가 아니라 4배죠. 오르내림이 반복될수록 이 차이가 벌어집니다. 이걸 변동성 감쇠라고 부릅니다.

원인은 매일 배수를 다시 맞추기 때문입니다. 첫날 120이 된 상태에서 다음 날 −10%를 맞으면, 120의 20%인 24가 빠집니다. 처음 100의 20%가 아니라요. 커진 금액에서 빠지고 작아진 금액에서 회복해야 하니 제자리로 안 돌아옵니다.

왜 매일 다시 맞추냐면, 그래야 “지수가 1% 오르면 2% 오른다”는 약속을 매일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 맞추면 오늘은 2배인데 내일은 1.8배, 그다음은 2.3배가 되는 식으로 어긋납니다. 그래서 운용사는 장 마감마다 선물 포지션을 조정해 배수를 원래대로 되돌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나옵니다. 이 상품이 약속한 건 ‘하루’의 2배이지 ‘기간’의 2배가 아닙니다. 투자설명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사는 사람은 대개 “코스피가 10% 오르면 20% 벌겠지”라고 생각하죠. 그 기대와 상품의 약속이 애초에 다릅니다.

참고로 이 조정에는 비용이 듭니다. 매일 선물을 사고파는 데 드는 거래비용과 운용보수가 붙는데, 레버리지 상품은 일반 지수 ETF보다 보수가 높은 편입니다. 아래 계산은 실제 거래된 가격으로 했으니 그 비용이 이미 반영돼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이론입니다. 실제로는 어땠을까요

10년 실측 — 오히려 더 벌었습니다

종목 시작 종료 10년 누적
KODEX 200 (1배) 21,185 105,720 +399.0%
KODEX 레버리지 (2배) 11,015 103,055 +835.6%
KODEX 인버스 (−1배) 7,685 1,040 −86.5%
KODEX 200선물인버스2X (−2배) 9,815 79 −99.2%

기초지수가 +399% 오르는 동안 레버리지는 +835.6%였습니다. 단순히 2배를 곱한 +798%보다 37.5%p 더 벌었어요.

녹기는커녕 더 나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10년이 한 방향으로 오른 구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계속 오르면 매일 늘어난 금액에 2배가 적용되니까 복리가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감쇠는 오르내림이 반복될 때 생기는 현상인데, 그럴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거죠.

⚠️ 주의 “레버리지는 오래 들면 무조건 녹는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추세가 한 방향이면 오히려 유리합니다. 녹는 건 오르내림이 반복될 때입니다.

그런데 구간을 잘라보면 보입니다

전체 10년이 아니라, 기초지수가 제자리로 돌아온 구간만 뽑아봤습니다. 시작과 끝의 지수가 거의 같은 구간이요. 이론대로라면 여기서 감쇠가 드러나야 합니다.

구간 기간 KODEX 200 레버리지 인버스2X
2017-01 ~ 2018-10 433일 +0.49% −7.30% −3.03%
2018-10 ~ 2019-08 194일 −0.27% −3.78% −1.39%
2019-08 ~ 2020-04 171일 −0.40% −9.45% −16.62%
2020-08 ~ 2022-06 455일 +0.50% −8.44% −17.31%
2022-06 ~ 2022-12 121일 +0.41% −2.48% −5.08%
2023-01 ~ 2023-10 193일 −0.43% −5.64% +2.02%
2023-11 ~ 2024-11 233일 +0.25% −7.93% −4.06%

일곱 구간 모두에서 레버리지가 마이너스입니다. 기초지수는 제자리인데요. 평균 −6.43%이고, 최악은 2019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로 기초 −0.40%일 때 레버리지 −9.45%였습니다.

여기서 감쇠가 보이는 이유는 추세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다 제자리로 왔다는 건 위 표의 “+10% 뒤 −10%”가 여러 번 일어났다는 뜻이에요. 그때마다 조금씩 깎였고, 그게 몇 달 쌓이면 6~9%가 됩니다.

세 번째 줄(2019-08 ~ 2020-04)이 가장 심한데, 이유가 짐작 갑니다. 이 구간에는 2020년 3월 급락이 들어 있습니다. 하루에 몇 %씩 오르내리는 날이 이어졌죠. 변동성이 클수록 감쇠도 커지기 때문에, 같은 ‘제자리’여도 조용히 제자리인 것과 요동치다 제자리인 것은 결과가 다릅니다.

흥미로운 건 같은 구간에서 인버스2X도 −16.62%였다는 점입니다. 방향이 정반대인 두 상품이 동시에 손실을 냈어요. 한쪽이 벌면 다른 쪽이 잃는 게 정상인데, 기초가 제자리면 둘 다 깎입니다. 감쇠는 방향과 무관하게 변동성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기초지수 (평균)
0.1% 손실 (절댓값)
레버리지 2배 (평균)
6.4% 손실 (절댓값)
인버스2X (평균)
6.5% 손실 (절댓값)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추세장에서는 유리하고 횡보장에서는 불리합니다. 그리고 어느 쪽이 올지는 미리 알 수 없죠. 지난 10년은 운 좋게 추세 쪽이었습니다.

인버스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표 아래 두 줄을 다시 보시면, 인버스는 −86.5%, 인버스2X는 −99.2%입니다. 9,815원짜리가 79원이 됐어요.

그런데 이건 감쇠 때문이 아닙니다. 방향을 반대로 걸었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5배가 되는 동안 반대 방향에 걸어뒀으니 당연한 결과예요. 감쇠는 거기에 얹힌 것이지 주된 원인이 아닙니다.

다만 인버스2X에서는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99.2%에서 원금을 회복하려면 +12,300%가 필요합니다. 사실상 불가능하죠.

이게 인버스 상품의 성질입니다. 시장이 하락에 걸었다가 틀리면, 나중에 하락장이 와도 회복이 안 됩니다. 남은 원금이 79원인 상태에서 시장이 반토막 나 인버스2X가 +100%가 돼봐야 158원이니까요. 처음 9,815원과는 아무 상관없는 숫자가 됩니다.

이 구조 때문에 이런 상품은 맞히는 것보다 틀리지 않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한 번 크게 틀리면 그 뒤에 몇 번을 맞혀도 못 따라잡습니다. 그런데 시장 방향을 계속 맞히는 게 가능하다면 애초에 이런 상품이 필요하지도 않을 겁니다.

참고로 국내에서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사려면 사전 교육을 이수하고 기본예탁금을 넣어야 합니다. 진입 장벽을 둔 이유가 위 숫자들에 있습니다.

진짜 위험은 감쇠가 아니라 낙폭입니다

10년 동안 각 상품이 고점 대비 얼마나 빠졌는지도 재봤습니다.

종목 최대 낙폭 회복에 필요한 상승
KODEX 200 (1배) −40.9% +69%
KODEX 레버리지 (2배) −68.4% +216%
KODEX 인버스 (−1배) −90.7% +975%
KODEX 200선물인버스2X (−2배) −99.5% +19,900%

레버리지는 −68.4%까지 갔습니다. 1,000만 원이 316만 원이 되는 구간을 지났다는 뜻이에요. 그 상태에서 원금으로 돌아오려면 +216%가 필요합니다.

결과적으로 10년 뒤에는 +835%가 됐으니 버틴 사람은 이겼습니다. 그런데 −68%를 보고 있는 동안 버틸 수 있느냐가 실제 문제입니다. 앞서 감쇠가 −6% 수준이었던 걸 생각하면, 위험의 크기가 비교가 안 됩니다.

그리고 −68%까지 가는 동안에는 신용이나 미수를 쓴 사람이 먼저 정리당합니다. 레버리지 ETF 자체가 이미 빌린 돈으로 굴리는 구조인데 거기에 또 빌려서 사면, 지수가 20%만 빠져도 계좌가 정리 대상이 됩니다. 그러면 10년을 버틸 기회 자체가 없어집니다.

이게 ‘평균은 좋은데 못 받는’ 전형적인 경우입니다. 10년 +835%라는 숫자를 받으려면 중간에 안 팔고 안 정리당해야 하는데, 낙폭이 클수록 그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이 줄어듭니다.

🔍 많이 이야기되는 위험
변동성 감쇠. 횡보 구간에서 몇 달에 −6% 수준
⚠️ 실제로 더 큰 위험
낙폭. 10년 중 −68.4%를 지나갑니다
🚫 돌이킬 수 없는 위험
방향이 반대일 때. 인버스2X는 −99.2%

그래서 언제 쓰는 상품인가

이 계산에서 나오는 결론은 “쓰지 마라”가 아닙니다. 상품은 설계대로 작동했고, 지난 10년에는 오히려 단순 2배보다 나았으니까요.

다만 전제가 맞아야 합니다. 레버리지가 유리하려면 방향이 맞고 추세가 이어져야 하는데, 그 둘을 알 수 있으면 굳이 레버리지가 아니어도 돈을 법니다. 그래서 이 상품은 확신의 크기에 비례해서만 쓸 수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실용적으로는 이렇게 정리됩니다. ‘오래 들면 녹으니 단기만’이라는 조언은 초점이 어긋나 있습니다. 감쇠는 몇 달에 −6% 수준이라 그것만으로 장기 보유를 막을 이유는 못 됩니다. 진짜 물어야 할 건 “−68%를 견딜 수 있는 금액인가”입니다.

  • ✓감쇠는 횡보할 때만 생깁니다 — 추세장에서는 오히려 유리했습니다
  • ✓지난 10년 실측으로는 감쇠가 몇 달에 −6% 수준이었습니다
  • ✓같은 기간 최대 낙폭은 −68.4% — 이쪽이 훨씬 큰 위험입니다
  • ✓인버스 계열은 방향이 틀리면 회복이 산술적으로 불가능해집니다
  • ✓결정 기준은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얼마를 넣을 것인가’입니다

이 계산의 한계

종가만 썼고 분배금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ETF 가격 자체의 변화만 본 값입니다.

그리고 이 10년은 코스피가 크게 오른 구간입니다. 기초지수가 +399%였어요. 다른 10년을 잘랐다면 레버리지가 단순 2배보다 나빴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 결과를 “레버리지는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로 읽으면 안 됩니다. 이 구간에서 그랬다는 것뿐입니다.

‘제자리로 돌아온 구간’도 제가 기준을 정해서 뽑은 것입니다(시작 대비 ±0.5% 이내, 최소 120거래일). 기준을 바꾸면 구간과 수치가 달라집니다. 구간이 7개뿐이라 평균 −6.43%라는 값도 정밀한 추정치는 아닙니다 — “횡보하면 몇 % 단위로 깎인다”는 크기 감각 정도로 봐주시면 됩니다.

⏱ 3줄 요약
  • 국내 레버리지 ETF는 일간 1.997배로 설계대로 작동합니다
  • 10년 누적은 기초 +399%에 레버리지 +835.6% — 단순 2배보다 오히려 나았습니다
  • 다만 기초가 제자리로 온 7개 구간에서는 모두 마이너스 (평균 −6.43%)
  • 진짜 위험은 감쇠가 아니라 최대 낙폭 −68.4%, 인버스2X는 −99.2%였습니다

ETF 상품 구조와 투자 위험은 한국거래소와 각 운용사 투자설명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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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수치는 공개 시세 데이터로 직접 계산한 값이며, 특정 ETF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언급된 종목은 상품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사례이고, 분배금·보수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원금 손실 위험이 크며, 과거 데이터는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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