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월 20%였습니다. 3개월이 지났고 그 사이 여러 번 기각당했는데, 저는 아직 그 숫자를 안 내렸습니다.
2026년 봄, 모의계좌 1,000만 원으로 자동매매 봇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목표는 월 20%였고요. 그때 쓴 글의 제목은 “월 20% 수익이라는 환상”이었습니다.
3개월이 지나 다시 읽어보니 그 제목이 거짓말이더군요. 저는 그 목표를 환상이라고 결론 내린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안 내렸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다시 씁니다.
왜 하필 20%였나
어디서 본 숫자는 아닙니다. 계산해서 나온 것도 아니고요.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좋은 결과라고 생각했다.”
제 기준점은 연 단위였습니다. 1년에 20%면 잘한 축에 들지만 아주 특별한 숫자는 아니라고 봤어요. 주식으로 한 해 20% 벌었다는 사람은 주변에도 있고, 좋은 해에는 지수만 따라가도 나오는 숫자니까요.
그 감각을 그대로 월 단위로 옮겼습니다. 연 20%가 괜찮은 성적이라면, 월 20%는 훌륭한 성적이겠다고요. 목표니까 좀 높게 잡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월 단위로 생각했는지도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만들려던 건 단기 매매 봇이었거든요. 며칠 안에 사고파는 방식이라 성과가 월 단위로 눈에 들어옵니다. 장기 투자처럼 1년 뒤에 결산하는 구조가 아니에요. 매달 잔고를 보게 되니 목표도 자연히 월 단위로 잡혔습니다.
여기서 함정이 생깁니다. 월 단위로 성과를 보면 월 단위로 목표를 세우게 되고, 그러면 그게 1년 동안 반복됐을 때 어떤 숫자가 되는지를 안 보게 됩니다. 한 달만 놓고 보면 20%는 그렇게 무리한 숫자로 안 느껴지거든요.
지금 보면 여기에 건너뛴 게 하나 있습니다. 월 20%가 연으로는 얼마인지를 계산해보지 않았어요.
월 20%를 복리로 펴면
매달 20%씩 불어난다는 건 곱하기입니다. 1.2를 열두 번 곱하면 8.92가 나옵니다.
5년이면 5,634억 원입니다. 오타가 아닙니다.
당시 제가 썼던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매달 20%씩 불리면 복리는 5년 뒤 1억을 만들어 줄 터였다.” 그런데 실제로는 1년이면 이미 9천만 원에 닿습니다. 5년이 아니라요. 저는 제가 세운 목표가 무슨 뜻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이 계산을 해봤다고 해서 제가 목표를 바꾼 건 아닙니다. 다만 그 숫자가 무엇을 요구하는지는 이제 압니다. 그리고 그건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20% 벌었다”는 말과 “매달 20%씩 벌고 있다”는 말은 전혀 다른 주장인데, 짧은 영상에서는 보통 구분해서 말하지 않습니다.
시작할 때 정한 것들
목표는 높게 잡았지만, 실행 규칙은 반대로 갔습니다. 시작하는 날 세 가지를 먼저 못 박았습니다.
세 개 다 목표와는 정반대 방향입니다. 월 20%를 노린다면 한 종목에 크게 걸고 오래 버티는 게 빠른 길이죠. 그런데 저는 한 번에 시드의 20%까지만 넣고, 손실이 나면 그날 멈추고, 종목 수도 다섯으로 잘랐습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목표에 못 미치는 것보다 계좌가 없어지는 게 훨씬 나쁘기 때문입니다. 수익률이 목표의 절반이면 계속할 수 있지만, 시드를 태우면 검증 자체가 끝납니다. 목표는 높게, 한 번에 거는 금액은 작게 — 이게 모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이 가야 합니다.
그리고 모의에서 실전으로 넘어가는 조건을 여섯 개 만들었습니다. 하나라도 못 넘으면 진짜 돈은 넣지 않기로요.
보통은 일단 해보고 나중에 정합니다. 저는 반대로 했어요. 결과를 보기 전에 기준을 정해두면, 결과를 본 뒤에 기준을 바꾸고 싶은 마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성적이 안 나왔을 때 “이 정도면 됐지” 하고 넘어가는 걸 미리 차단하는 장치였습니다.
여섯 개 중에 ①번이 제일 중요했습니다. 100건이요. 열 번 매매해서 일곱 번 맞히면 대단해 보이지만, 동전을 열 번 던져도 일곱 번 앞면은 흔합니다. 건수가 쌓여야 우연이 상쇄됩니다. 나머지 다섯 개는 100건을 채운 뒤에나 의미가 있는 조건들이었어요.
같이 만든 AI가 처음에 한 말
저는 이걸 혼자 하지 않았습니다. 전략을 검토하고 코드를 같이 짠 AI가 있었어요. 제가 “월 20%를 목표로 하자”고 했을 때 돌아온 대답은 이랬습니다.
“월 20%는 역사적으로 극소수만 도달합니다. 즉각적인 목표는 그게 아니에요. ‘음수 기댓값에서 양수 기댓값으로의 전환’입니다. 그게 되기 전엔 어떤 수익률 목표도 의미가 없습니다.”
김이 좀 샜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목표를 낮추라는 게 아니었어요. 순서가 틀렸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지금 내 시스템은 돈을 잃는 구조인지 버는 구조인지도 모르는 상태인데, 몇 %를 벌 것인가부터 정하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목표는 그대로 두고, 당장 볼 지표만 바꿨습니다. 수익률 대신 거래당 기댓값을 봤어요. 한 번 매매할 때마다 평균적으로 돈이 늘어나는지 줄어드는지요. 이게 음수면 아무리 오래 해도 잔고는 줄어듭니다. 반대로 양수면 작더라도 반복할수록 늘어나고요.
이 지표가 좋은 건 승률에 속지 않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열 번 중 일곱 번 맞혀도 이길 때 조금 벌고 질 때 크게 잃으면 기댓값은 음수입니다. 반대로 승률이 40%여도 이길 때 크게 벌면 양수가 되고요. 그래서 게이트에 승률(45%)과 거래당 기댓값(+1,000원)을 같이 넣었습니다. 하나만 보면 반드시 속습니다.
실제로 첫 시스템이 여기서 걸렸습니다. 51건을 거래해서 승률 39%가 나왔는데, 감으로는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기댓값을 계산해보니 음수였습니다. 느낌과 숫자가 반대였고, 그래서 그 시스템은 폐기했습니다.
3개월 뒤, 목표는 그대로입니다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 ✓눌림목 계열 전략은 다섯 번 검증해서 다섯 번 다 기각되거나 표본 부족으로 종료
- ✓규칙 문서를 확정한 당일에 원문과 5곳이 어긋난 걸 발견해 스스로 철회
- ✓봇이 상한가에서 조용히 매도를 건너뛰어 +57%가 났고, 성과에는 설계값 +20%만 기록
- ✓하루에 −72만 원. 그중 2.7만 원은 시장이 아니라 봇의 진입가 오류였음
- ✓API 키가 만료돼 봇이 하루 종일 죽었는데 감시는 ‘이상 없음’을 출력
- ✓이벤트 기점 전략 하나가 처음으로 검증을 통과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이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 이걸 다 겪고도 목표를 몇 %로 잡겠냐고 물으면 답은 똑같습니다.
“지금도 변함없다.”
대신 달라진 게 있습니다. 그 목표에 닿았다고 말하기 위한 조건이 계속 빡빡해졌습니다.
처음엔 100건이었는데 지금은 라운드에 따라 200건을 봅니다. 결과를 보고 판정하는 건 라운드당 한 번으로 제한했습니다. 성적이 나쁘면 다시 돌려서 좋아질 때까지 보고 싶어지니까요. 그리고 시작 전에 기준을 문서로 고정해두고, 도중에 못 바꾸게 했습니다.
실제로 한 라운드는 표본이 52건에서 멈췄는데, 수익률을 아예 열어보지 않고 닫았습니다. 200건 기준을 못 채웠으니 판정할 자격이 없다고 봤어요. 수익률을 본 뒤에는 “이 정도면 기준을 좀 낮춰도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반드시 따라오거든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목표는 안 내렸고, 증거의 기준은 올렸습니다. 둘 다 하고 있는 게 지금 상태입니다. 이게 맞는 조합인지는 저도 아직 모릅니다.
다만 실제로 하는 일은 달라졌습니다. 3개월 전에는 잔고가 이번 달에 얼마나 늘었나를 봤습니다. 지금은 이번 라운드가 사전에 정한 기준을 통과했나만 봅니다. 목표 수익률은 여전히 문서에 적혀 있지만, 매달 확인하는 숫자는 그게 아닙니다.
그래서 남에게 뭐라고 할 것인가
이런 글은 보통 조언으로 끝납니다. “월 몇 % 이상은 의심하세요” 같은 거요. 저는 그걸 안 하려고 합니다.
“그건 잘 모르겠다. 각자 알아서 판단하라.”
제가 아직 100건도 못 채운 사람이라 그렇습니다. 목표가 맞는지 틀렸는지 증명한 게 없는데 남의 목표에 참견할 수는 없어요. 3개월 해보고 아는 척하는 게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게 이 판에서 제일 흔한 실수이기도 합니다. 몇 달 해보고 잘 됐다고 남을 가르치기 시작하는 것이요. 표본이 몇 건인지, 그게 시장이 좋아서인지 전략이 좋아서인지 구분도 안 된 상태에서요. 저는 제 자신에게 요구하는 기준(200건, 판정 1회)을 남에게 말할 때도 똑같이 적용하려고 합니다. 그 기준을 못 넘었으니 말할 게 없는 거죠.
대신 위에 적은 계산은 그대로 두겠습니다. 월 20%는 1년에 8.9배, 5년에 5만 6천 배입니다. 이건 제 의견이 아니라 곱셈입니다. 이 숫자를 보고 어떻게 판단할지는 각자의 몫이고요.
제가 이 계산을 미리 해봤다면 목표를 바꿨을까요. 아마 안 바꿨을 겁니다. 다만 그게 얼마나 큰 요구인지는 알고 시작했겠죠. 목표를 낮추는 것과 목표의 크기를 아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저는 후자만 늦게 했습니다.
- 목표를 월 20%로 잡은 이유는 계산이 아니라 ‘그 정도면 훌륭하다’는 감각이었습니다
- 복리로 펴면 1년에 8.9배, 5년에 약 5만 6천 배 — 시작할 때 계산해보지 않았습니다
- 3개월간 여러 번 기각당했지만 목표는 안 내렸습니다. 대신 판정 기준을 올렸습니다
- 남에게 몇 %로 잡으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 아직 증명한 게 없어서입니다
모의투자 계좌는 각 증권사에서 신청할 수 있고, 투자 관련 소비자 정보는 금융감독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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