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산 종목을 따라 사면 오른다.” 94거래일치 수급 데이터로 직접 돌려봤습니다. 안 올랐고, 왜 안 오르는지가 같이 나왔습니다.
아침마다 외국인 순매수 종목을 확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제 외국인이 대량으로 산 종목을 오늘 따라 사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죠. 저도 그 생각으로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많이들 겪는 상황이 있습니다. 외국인이 대량 순매수한 종목을 확인하고 다음 날 샀는데, 오르기는커녕 빠집니다. 그러면 대개 “내가 늦게 샀나” 하고 타이밍을 탓하게 되죠. 그런데 문제가 타이밍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신호 자체가 약한 거라면 아무리 빨리 사도 결과는 같으니까요. 이 차이는 확인해볼 만합니다. 매일 아침 수급을 들여다보는 데 쓰는 시간이 걸려 있으니까요.
먼저 용어부터. 수급은 누가 얼마나 사고팔았는지를 보여주는 매매 흐름입니다. 장이 끝나면 거래소가 개인·외국인·기관 각각의 순매수(산 금액 − 판 금액)를 종목별로 집계해 공개합니다. 이게 매일 뉴스에 나오는 그 숫자예요.
어떻게 검증했나
방법은 단순합니다. 실제로 따라 사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과 똑같이 맞췄습니다.
매수 시점이 중요합니다. 수급은 장이 끝나야 확정됩니다. 그러니 당일 종가에 살 수는 없어요. 그날 종가에 샀다고 계산하면 아직 몰랐던 정보로 매매한 셈이 되고, 그러면 성적이 실제보다 좋게 나옵니다. 그래서 다음 날 종가에 산 것으로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전체 종목 평균과 비교했습니다. 시장 전체가 오른 날에는 아무 종목이나 사도 오르니까요. 궁금한 건 “올랐나”가 아니라 “아무거나 산 것보다 나았나”입니다. 이 차이를 초과수익이라고 부릅니다.
결과: 초과수익이 없었습니다
전부 전체 평균 대비 차이입니다. 5일 기준 외국인 순매수 상위 30종목의 초과수익은 +0.00%p였습니다. 반올림해서 0이 아니라 실제로 0.004%p입니다.
숫자가 작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 우연인지 아닌지도 따졌습니다. 통계에서는 이럴 때 t값을 씁니다. t값은 “이 차이가 그냥 들쭉날쭉해서 나온 건지, 진짜 있는 건지”를 재는 값이고, 보통 절댓값 2를 넘어야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돌린 모든 조합에서 t값이 2를 넘지 못했습니다. 주체를 개인·외국인·기관으로 바꿔도, 보유 기간을 1일·5일·20일로 바꿔도, 순매수 쪽이든 순매도 쪽이든 마찬가지였습니다.
혹시 30종목이라는 기준 때문인가 싶어 종목 수도 바꿔봤습니다.
어느 쪽으로 잘라도 결론이 같습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기준을 조금씩 바꿔봤을 때 결과가 확 달라진다면 그건 우연히 맞은 조합을 골라낸 것일 수 있거든요. 여기서는 10종목이든 100종목이든 같은 그림이 나왔습니다.
오히려 20일 보유는 다섯 가지 설정 모두에서 마이너스였어요. 따라 사서 한 달쯤 들고 있으면 아무 종목이나 산 것보다 못했다는 뜻입니다. 상위 100종목·20일은 t값이 −2.22로 나와서, 유일하게 기준선을 넘긴 결과가 하필 “따라 사면 손해” 쪽이었습니다.
다만 이 하나만 놓고 “반대로 하면 된다”고 읽으면 안 됩니다. 여러 조합을 돌리다 보면 그중 하나쯤은 기준을 넘기 마련이고, 이건 그 정도로 봐야 합니다. 확실한 건 따라 사는 쪽에 유리한 신호가 없었다는 것까지입니다.
왜 안 오르는지가 나왔습니다
이번엔 방향을 바꿔서, 신호가 뜬 그날 그 종목들이 어땠는지를 봤습니다.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본 겁니다.
답이 여기 있습니다. 외국인이 많이 산 종목은 그날 이미 2% 올라 있었습니다. 기관이 산 종목은 4.5% 올라 있었고요.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큰 자금이 하루에 수백억을 사들이면 그 매수 자체가 가격을 올립니다. 주식은 정해진 값에 무한정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팔겠다는 사람의 호가를 위에서부터 하나씩 먹으면서 사야 하거든요. 많이 살수록 더 높은 가격에 사게 되고, 그만큼 종가가 올라갑니다.
그래서 “외국인이 많이 산 종목”과 “오늘 많이 오른 종목”은 상당 부분 같은 목록이 됩니다. 순매수 상위 리스트는 미래 예보가 아니라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의 요약에 가까운 거죠.
여기에 하나가 더 겹칩니다. 외국인이 어떤 종목을 대량 매수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실적 발표, 업황 뉴스, 정책 발표 같은 것들이요. 그 이유는 이미 공개된 정보이고, 시장 전체가 그날 같이 반응했습니다. 다음 날 그 종목을 사는 사람은 뉴스도 늦고 가격도 늦은 상태에서 들어가는 셈입니다.
그러니 이 상황은 “좋은 정보를 늦게 받는” 게 아닙니다. 정보는 제때 받았어요. 다만 그 정보가 가리키는 상승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개인은 정반대였습니다
표에서 눈에 띄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개인이 많이 산 종목은 그날 −2.84%였고, 개인이 많이 판 종목은 +4.90%였습니다.
즉 개인은 대체로 떨어지는 종목을 사고 오른 종목을 팝니다. 오르면 이익을 확정하고 싶고, 빠지면 싸 보여서 담게 되죠. 개인이 판 자리를 외국인·기관이 받고, 개인이 산 자리에서 그들이 파는 그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래서 개인이 틀렸다”고 말하면 데이터를 넘어서는 해석이 됩니다. 앞의 표를 다시 보면 다음 날 초과수익은 개인 순매수 상위가 +0.45%p로 가장 높았습니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개인 반대로만 하면 된다”는 통념도 이 데이터에서는 지지되지 않습니다.
그럼 수급은 볼 필요가 없나
그건 아닙니다. 다만 역할이 다릅니다.
수급이 잘 답해주는 질문은 “오늘 왜 이렇게 움직였나”입니다. 지수가 빠졌는데 특정 업종만 외국인이 대량 매수했다면, 그건 지금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수급이 답해주지 못하는 질문은 “내일 뭘 사야 하나”입니다. 적어도 이 94일 데이터에서는 그랬습니다. 같은 자료라도 설명에 쓰면 유용하고 예측에 쓰면 안 듣는다는 게 이번 검증의 실질적인 결론입니다.
실용적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아침에 수급 화면을 보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면, 그게 매수 버튼으로 이어지는지를 한번 확인해보세요. 배경 이해로만 쓰고 있다면 문제없습니다. 그런데 “외국인이 샀네” 하나로 종목을 고르고 있다면, 이 검증 결과로는 그 시간이 값을 못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수급 추종이 널리 퍼진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맞은 경우가 기억에 잘 남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이 산 종목을 따라 샀는데 크게 오른 경험이 한 번 있으면 그건 오래 기억되고, 안 오른 열 번은 기억에 안 남습니다. 그런데 위 표의 평균은 그 열한 번을 전부 세어서 나온 값이에요. 기억은 성공을 고르고 통계는 전부를 셉니다.
그리고 이런 신호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점이요. 수급 데이터는 무료로 공개되고 모든 증권사 앱에 뜹니다. 같은 화면을 보고 같은 종목을 사려는 사람이 이미 많다면, 거기서 남을 게 별로 없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남들보다 나은 수익을 내려면 남들이 안 보는 걸 보거나, 같은 걸 보되 다르게 해석해야 하니까요.
이 검증의 한계
중요한 단서가 몇 개 있습니다. 결론보다 이쪽을 먼저 보셔도 됩니다.
- ✓표본이 94거래일뿐입니다 — 약 5개월치라 시장 한 국면만 본 셈입니다
- ✓그 기간이 하필 2026년의 변동성 큰 구간이었습니다. 다른 시기엔 다를 수 있습니다
- ✓제 데이터베이스에 담긴 주체는 개인·외국인·기관 3개뿐입니다 (연기금·투신 등 세부 구분 없음)
- ✓순매수 금액 상위라는 한 가지 방식만 봤습니다 — 지속일수나 거래대금 대비 비율 같은 다른 정의는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 ✓수수료·세금·호가 차이 같은 거래비용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넣으면 결과는 더 나빠집니다)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은 “외국인 추종은 절대 안 된다”가 아닙니다. 정확히는 “제가 가진 94일 데이터에서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입니다. 없다는 걸 증명한 게 아니라 못 찾은 거예요.
덧붙여 밝힐 게 있습니다. 이 글의 예전 버전에는 “8개 투자주체를 검정했고 t값 0.03이었다”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확인해보니 제 데이터베이스에는 주체가 3개뿐이고, 그 계산을 재현할 수 없었습니다. 재현 안 되는 숫자는 근거가 아니므로 전부 걷어내고 새로 돌린 값으로 바꿨습니다.
“재현할 수 없는 숫자는 결과가 아니라 주장이다.”
- 94거래일치 수급을 직접 돌렸습니다 — 외국인 추종의 초과수익은 5일 기준 +0.00%p
- 주체·기간·종목 수를 어떻게 바꿔도 t값이 2를 넘지 않았습니다
-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은 그날 이미 +1.98% 오른 종목이었습니다
- 수급은 ‘내일 뭘 살까’가 아니라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에 답하는 자료입니다
투자자별 매매동향 원자료는 한국거래소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약된 기사보다 원본을 보는 편이 통념에 덜 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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