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을 늦추면 수익이 늘어날까 — 26만 건을 돌려보고 결론을 바꿨습니다

“손실은 빨리 끊고 수익은 끝까지 태워라.” 26만 건을 돌려보니 평균은 정말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평균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수익 난 종목은 조금 오르면 얼른 팔고, 물린 종목은 “오르겠지” 하며 버티게 됩니다. 이걸 처분효과라고 부릅니다 — 이익은 서둘러 확정하고 손실은 미루는 마음의 습관이요.

이게 왜 생기는지는 겪어보면 압니다. +7%가 찍혀 있으면 이게 사라질까 봐 불안합니다. 반대로 −7%짜리는 팔면 손실이 확정되니까, 안 팔고 있으면 아직 진 게 아닌 것 같죠. 그래서 이익은 빨리 챙기고 손실은 계좌에 남깁니다. 그러다 보면 계좌에 물린 종목만 쌓입니다.

그래서 흔히 나오는 조언이 “반대로 하라”입니다. 손실은 정한 선에서 끊고, 오르는 종목은 끝까지 들고 가라는 거죠. 이게 정말 숫자로도 맞는지 직접 돌려봤습니다.

어떻게 검증했나

매도 규칙을 비교하려면 진입을 고정해야 합니다. 진입 신호가 다르면 매도 규칙 때문에 차이가 난 건지 진입 때문인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진입은 아예 중립으로 잡았습니다.

항목 설정
기간 2016-05-20 ~ 2026-09-04 (10년 4개월)
대상 국내 상장 3,978종목
진입 매월 첫 거래일에 거래대금 1억 이상 전 종목 매수 (125회)
최대 보유 120거래일 (약 6개월)
판정 모두 종가 기준 — 장중 체결은 가정하지 않음
비용 왕복 0.2% 차감
총 거래 267,330건

이건 실제로 하라는 전략이 아닙니다. 매달 모든 종목을 사는 사람은 없죠. 매도 규칙만 떼어놓고 보려고 만든 실험 조건입니다. 좋은 종목을 고르는 능력이 이 실험에는 아예 없다고 보면 됩니다 — 그래야 결과 차이가 전부 매도 규칙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판정을 종가로만 한 것도 일부러입니다. 장중에 손절선을 스쳤을 때 그 가격에 팔렸다고 계산하면 실제보다 유리하게 나옵니다. 실제로는 급락하는 종목이 손절선에 정확히 체결되지 않고 훨씬 아래에서 잡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하루에 한 번, 종가에만 판단하도록 잡았습니다.

비교한 규칙은 다섯 가지입니다. 먼저 고정 손절·익절은 산 가격 기준으로 선을 긋는 방식입니다. 1만 원에 샀으면 9,500원에서 자르고 1만 1천 원에서 파는 식이죠. 기준이 매수가에 묶여 있어 주가가 아무리 올라도 목표가는 그대로입니다.

반면 트레일링 스탑은 최고가를 기준으로 잡습니다. 1만 원에 샀는데 2만 원까지 올랐다면, −20% 트레일링은 이제 1만 6천 원에서 팔라고 말합니다. 오르는 동안에는 매도선도 같이 따라 올라가고, 꺾이면 그때 팝니다. 얼마에 샀는지는 잊고 얼마까지 갔었는지만 보는 방식이에요. 승자를 태우는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10%로 잡으면 조금만 꺾여도 팔게 되고, −40%로 잡으면 반토막 가까이 가야 팝니다. 어느 쪽이 나은지가 이 글의 질문입니다.

결과: 느슨할수록 평균이 높았습니다

매도 규칙 거래당 평균 중앙값 승률
손절 −5% / 익절 +10% +0.32% −5.52% 37.1%
손절 −10% / 익절 +20% +0.76% −10.41% 38.0%
트레일링 스탑 −10% +0.83% −4.66% 36.0%
트레일링 스탑 −20% +1.52% −5.93% 38.8%
트레일링 스탑 −40% +1.65% −4.46% 41.7%
규칙 없음 (6개월 보유) +3.01% −3.60% 43.0%

일단 통념은 맞았습니다. 타이트하게 자르는 쪽이 가장 낮고, 느슨할수록 거래당 평균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제일 좋은 건 아예 안 파는 것이었습니다. 6개월 그냥 들고 있는 쪽이 +3.01%로 1등이에요.

그런데 같은 표에 이상한 게 있습니다. 중앙값이 전부 마이너스입니다.

⚠️ 주의 평균은 전부 플러스인데 중앙값은 전부 마이너스입니다. 중앙값은 거래를 성적순으로 줄 세웠을 때 딱 가운데 있는 값이에요. 이게 −4%라는 건, 거래의 절반 이상이 −4%보다 나빴다는 뜻입니다.

승률도 36~43%입니다. 어느 규칙을 써도 열 번 중 여섯 번은 손실이었어요. 그런데 평균은 플러스입니다. 그럼 그 플러스는 어디서 온 걸까요.

여기서 이 글의 결론이 바뀌었습니다

상위 1%를 빼봤습니다

가장 잘된 거래 1%를 제외하고 다시 평균을 냈습니다. 26만 건 중 약 2,700건입니다.

매도 규칙 전체 평균 상위 1% 제외 상위 5% 제외
손절 −5% / 익절 +10% +0.32% −0.03% −0.91%
트레일링 스탑 −40% +1.65% −0.99% −4.98%
규칙 없음 (6개월) +3.01% +0.11% −4.01%

전부 0 근처이거나 마이너스로 내려앉습니다. 트레일링 −40%는 +1.65%에서 −0.99%가 됐고요.

267,330건
전체 거래
약 2,700건
수익을 만든 상위 1%
나머지 99%
합치면 본전 또는 마이너스

즉 이 표의 수익은 전략이 꾸준히 만들어낸 게 아니라 극소수 대박이 만든 것입니다. 100번 매매하면 그중 한 번이 전체 성적을 좌우한다는 뜻이에요.

이게 이상해 보이지만 주식 수익률의 구조가 원래 이렇습니다. 내려가는 쪽은 −100%에서 막혀 있고, 올라가는 쪽은 한도가 없습니다. 아무리 잘못 사도 잃을 수 있는 건 넣은 돈까지인데, 잘 걸린 종목은 5배 10배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대부분은 조금씩 잃고 극소수가 크게 버는 모양이 나옵니다.

제 계산에서도 그랬습니다. 규칙 없이 6개월 들고 있었을 때 최악의 거래는 −96%였는데, 최고의 거래는 +3,141%였습니다. 한쪽은 원금이 한계고 다른 쪽은 서른 배입니다. 이 비대칭이 평균과 중앙값을 갈라놓습니다.

그래서 승률이 낮은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승률 37%여도 이길 때 크게 벌면 평균은 플러스가 되니까요. 실제로 손절 −5% 규칙에서 이긴 거래는 평균 +12.64%, 진 거래는 평균 −6.94%로 손익비가 1.82였습니다. 문제는 그 ‘크게 버는 쪽’이 고르게 오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여기서 “승자를 태워라”가 왜 평균에서 유리한지도 설명됩니다. 느슨한 규칙은 그 1%가 자랄 공간을 남겨둡니다. +10%에서 자동으로 파는 규칙은 200% 갈 종목도 +10%에서 끊어버리죠. 실제로 트레일링 −40%의 최대 이익 거래는 +2,397%였는데, 익절 +10% 규칙에서는 같은 종목이 +10%로 끝났습니다.

그런데 그 1%가 매년 오는 게 아닙니다

연도별로 나눠봤습니다. 트레일링 −40% 기준입니다.

연도 거래당 평균 연도 거래당 평균
2016 −2.5% 2022 −7.2%
2017 +6.5% 2023 +1.3%
2018 −7.0% 2024 −4.7%
2019 −8.9% 2025 +17.7%
2020 +18.3% 2026 −4.0%
2021 +2.5%

11년 중 6년이 마이너스입니다. 그리고 전체 평균 +1.65%를 만든 건 사실상 2020년과 2025년 두 해예요. 그 두 해를 빼면 그림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타이트한 규칙(손절 −5%/익절 +10%)의 연도별 성적은 −1.7%에서 +3.3% 사이였습니다. 평균은 낮지만 흔들림이 훨씬 작습니다. 최고와 최저의 폭이 5%p 정도인데, 트레일링 −40%는 27%p입니다.

이건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성질이 다른 것입니다. 타이트한 규칙은 평균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결과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느슨한 규칙은 평균을 높이는 대신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모르게 만듭니다. 평균만 비교하는 표는 이 차이를 안 보여줍니다.

트레일링 −40% 연도별 최고
18.3% (절댓값)
트레일링 −40% 연도별 최저
8.9% (절댓값)
타이트 규칙 연도별 최고
3.3% (절댓값)
타이트 규칙 연도별 최저
1.7% (절댓값)

그래서 “승자를 태우는 게 낫다”는 말은 10년을 다 겪을 수 있다면 맞습니다. 문제는 2018·2019년처럼 −7%, −8.9%가 연달아 나오는 2년을 버텨야 2020년의 +18.3%를 받는다는 거예요. 그 2년 사이에 방식을 바꾸면 손실만 겪고 회수는 못 합니다.

그래서 손절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 계산이 말해주는 건 손절이 수익률을 올리는 도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평균만 보면 손절을 안 할수록 좋게 나왔으니까요.

대신 표에 하나 더 있습니다. 최대 손실입니다. 규칙 없이 6개월을 들고 있던 경우 최악의 거래는 −96.0%였습니다. 원금이 4%만 남았다는 뜻이에요. 이건 되돌릴 수 없습니다. −96%를 복구하려면 +2,400%가 필요합니다.

📈 평균을 보면
느슨할수록 좋습니다. 안 파는 게 제일 좋았습니다
📉 최악을 보면
규칙이 없으면 한 종목이 −96%까지 갑니다
🎯 그래서
손절은 수익을 늘리는 장치가 아니라 다음 판까지 살아남는 장치입니다

26만 건의 평균은 한 종목이 −96%가 나도 다른 26만 건이 받쳐줍니다. 그런데 개인 계좌에는 동시에 몇 종목뿐입니다. 그중 하나가 −96%면 평균으로 회복되지 않아요. 이 표의 평균값을 개인이 그대로 받으려면 26만 번 매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손절을 푸는 게 평균을 올린다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그 평균은 아주 많은 거래를 해야 받을 수 있고, 그 사이 한 종목이 계좌를 망가뜨리면 못 받습니다.

그럼 실제로는 어떻게 해야 하냐면, 제 계산에서 나오는 건 이 정도입니다.

첫째, 손절 폭보다 한 종목에 넣는 금액이 먼저입니다. −96%가 나도 그게 전체의 5%라면 계좌는 −4.8%입니다. 같은 −96%가 전체의 절반이라면 −48%고요. 손절선을 몇 %로 할지 고민하기 전에 이 종목이 최악의 경우 계좌를 얼마나 깎는지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둘째, 익절 목표를 미리 정하는 건 평균에 불리하게 작동했습니다. +10%에서 자동으로 파는 규칙이 가장 낮은 성적(+0.32%)이었어요. 오를 종목을 미리 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굳이 파는 기준을 두겠다면 고정된 목표가보다 최고가 대비 몇 % 같은 방식이 평균에서는 나았습니다.

셋째, 어느 쪽을 고르든 바꾸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트레일링 −40%가 2018·2019년에 −7%, −8.9%를 낸 뒤 2020년에 +18.3%를 냈다고 했죠. 2019년 말에 “이건 안 되네” 하고 타이트한 규칙으로 갈아탔다면 손실 2년만 겪고 회수는 못 했을 겁니다. 규칙을 바꾸는 시점은 대체로 그 규칙이 제일 안 좋아 보일 때이고, 그때가 하필 바닥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 글에서 고친 것

이 글의 예전 버전에는 “20년치를 돌렸더니 거래당 +0.66%가 +18.8%로 뛰었다”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확인해보니 두 가지가 안 맞았습니다.

  • ✓제 데이터베이스는 10년 4개월치입니다 — 20년치 원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 ✓직접 돌린 결과는 +0.32% → +1.65%였습니다. 방향은 같지만 크기가 전혀 다릅니다
  • ✓무엇보다 그 글은 ‘트레일링 −40%가 정답’이라고 끝났는데, 이번 계산에서는 그 평균이 거래의 1%와 11년 중 2년에 기대고 있었습니다
“숫자가 크면 결론이 세 보이지만, 그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를 안 보면 결론이 틀린다.”

그래서 결론도 바꿨습니다. 예전 글은 “승자를 태워라”였고, 이번 글은 “그 말은 평균에서 맞지만 그 평균은 대부분의 거래에서 오지 않는다”입니다.

이 검증의 한계

이 실험에는 몇 가지 단서가 붙습니다.

  • ✓진입이 매월 전 종목 매수라 실제 매매와 다릅니다 — 매도 규칙만 비교하려는 조건입니다
  • ✓기간 10년 4개월 동안 코스피가 1,919에서 6,687이 됐습니다. 오래 들고 있을수록 유리하게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 ✓매도 판정을 종가로만 했습니다. 장중에 손절선을 스치는 경우는 세지 않았습니다
  • ✓왕복 0.2%만 비용으로 뺐습니다. 유동성이 낮은 종목은 실제 체결가가 더 나쁩니다
  • ✓상장폐지 종목이 빠져 있을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실제 성적은 이 표보다 나쁩니다
⏱ 3줄 요약
  • 267,330건을 돌렸습니다. 매도 규칙이 느슨할수록 거래당 평균이 높았습니다
  • 그런데 중앙값은 전부 마이너스이고 승률은 36~43%였습니다
  • 상위 1% 거래를 빼면 모든 규칙이 0 또는 마이너스가 됩니다
  • 손절은 수익률을 올리는 장치가 아니라 한 종목에 계좌가 무너지지 않게 하는 장치입니다

투자 관련 소비자 정보와 제도권 금융사 조회는 금융감독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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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수치는 개인이 보유한 일별 데이터로 직접 계산한 백테스트 결과이며, 특정 종목이나 매매 방식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본문의 진입 조건은 매도 규칙 비교를 위한 실험 설정이지 실제 전략이 아닙니다. 과거 데이터는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고, 모든 투자에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습니다.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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